디지털 성 격차…외로운 STEM 전공 여학생들

입력 2016-03-25 17:32  

알파고팀 15명 중 낯선 '홍일점'
롤모델 없이 자란 여학생들
이공계 꿈꾸지 않는 '악순환'



[ 김보영 기자 ]
지난 15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5번기가 끝난 직후 열린 시상식과 폐회식. 알파고 팀을 진두지휘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고군분투한 이 9단에게 감사를 표하며 AI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대국을 위해 한국으로 날아온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팀원들(사진)도 연단에 나서 박수를 받았다.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 장면에는 분명한 편향이 존재했다. 이 9단과 허사비스는 물론 알파고 팀원 전부가 남성이었다는 점이다. 구글 딥마인드 조직원은 200여명에 달한다. 그중 알파고 팀원은 20명 안팎이다. 그날 연단에 선 알파고 팀원 15명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여자였다. 프로그램 매니저인 매들린 리치였다.

기계학습의 발달로 AI의 위력이 재평가되고 있다. 그 첨단기술의 최전선에는 전부 남성이 포진해 있다. 과학과 공학의 중요성이 나날이 부각되고 있지만 잔치의 주인공은 거의 전부 남성이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에 이어 ‘디지털 성(性) 격차(digital gender divide)’가 이슈가 되는 이유다. 여성의 비율이 점차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술 분야에서 연구자는 물론 벤처기업 창업자, 투자자까지 전부 ‘남탕’이다.

‘이공계는 여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회 곳곳에 깔려 있다.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알파고 팀의 단체사진은 낯설지 않다. 남성이 이공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와서다. 성별 디지털 격차는 이미 고착화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미래학자 마리나 고비스는 18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 크게 충격받았다. 여학생들은 수학·과학을 못한다는 오해가 도처에 있었고, 심지어 그 분야에 재능 있는 여학생은 ‘덜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였다. 고비스는 “친언니는 러시아에서 어떤 남학생보다 수학문제를 잘 풀었다”며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의아해했다.

미국 예일대 물리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이론물리학자의 꿈을 포기하고 작가가 된 아일린 폴락은 자연과학을 전공한 여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쓴 저서 평행 우주 속의 소녀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여성이 왜 소수인지를 설명했다. 그는 “STEM 분야에서는 각 분야의 일반적 표준에서 벗어나면 성공으로부터 멀어지는 특징이 있다”며 “여성이라는 것 자체가 표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롤모델 없이 자란 여학생들?이공계를 꿈꾸지 않고,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이공계 여성 인력이 겪어야 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외로움이다. 논리적 질문과 답변을 ‘놀이하듯’ 쉼 없이 주고받는 남학생들과 달리 소수의 여학생들은 혼자서 생각해 내야 한다. 지난해 서울대 사회대 학부 재학생 2055명 가운데 여학생은 896명이었지만 공대는 3844명 중 577명, 자연대는 1231명 중 284명에 불과했다. 폴락의 저서 원제는 ‘방 안의 유일한 여성(The only woman in the room)’이다.

한국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도 8~9년째 여학생이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1995년부터 IMO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여학생이라고 재능이 부족한 것이 아닌데 문화적인 측면에서 불리함을 겪는다”며 “최근 여학생 우대 정책을 펴면서 학년별로 한두 명씩 두각을 나타내는 여학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3월 안에 반드시 매수해야 할 3종목! 조건 없이 공개
매일 200여건 씩 업데이트!!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 총집합! 기업분석,산업분석,시장분석리포트 한 번에!!
한경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를 통해서 다양한 투자의견과 塚憫씀澍?대한 컨설팅도 받으세요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